숲 속의 자본주의자

단순하지만 완전한 나의 삶의 찾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제목이 정말 아리송하다.
어떤 내용일지 전혀 기대하지 않고 첫 페이지를 열었다.
지루한 내용이 한가득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었다.
지난주에 <부의 추월차선>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가 되는 빠른 길을 가는 방법을 배웠다.
서행 차선을 달리고 있는 평범한 내가 추월차선에 올라타야 하는 걸까.
그럴 자신도 없고, 그래야만 하는 당위성도 얻지 못하고 책을 덮었다.
그리고 돈벌이에 집중하라고 말하는 유명한 사람들의 말이 모두 자신들의 출판 인쇄를 더 받기 위한 수작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만의 길을 개척하고 돈을 벌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숲 속의 자본주의자>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나 역시 도시 생활의 돈벌이를 중단하고 시골로 와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흔히 말하는 귀농부부다.
아이들과 나무를 심고, 블루베리를 따먹는 삶에 많은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런 삶에 만족하고, 느끼고, 배우는 작가의 생각을 읽으면서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았을까 하는 이질감을 느꼈다.
작가가 쓴 글을 곱씹으며 읽었다.
블랙베리 하나를 따고 저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일상을 살면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확신 있게 사는 사람의 인생은 이렇게 멋질 수 있구나 싶었다.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나는 어떤 태도를 보였는가.
정말 내가 변하려고 노력했는가?
말로만 떠들고 있지는 않았는가?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아래는 작가님의 가치관을 잘 알 수 있는 본문의 내용이다.
공감을 많이 했던 터라 기록해본다.
<페이지 258>

어떤 일은 내딛으면 이루어진다.
1. 의미보다는 방향을 정한다.
인생에 의미와 목표를 정하지 않는다.
내 인생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나에게 재미있어 보이거나, 궁금한 것, 마음이 내키는 것을 순간 단위, 하루 단위로 한다.
그런 일이 없는 날에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지낸다.
그렇게 살다 보니 내 삶의 의미는 '사이좋은 가족 되기, 환경 보호, 자립과 검소한 생활, 건강한 먹거리, 자연과 가까운 일상'이 되었다.
이것도 이런 원칙을 진지하게 실천하는 사람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방향은 그렇다.
2. 모든 일은 어쩌다 일어난다.
보이는 것들은 사실 변화나 행위의 당시에는 그저 의미 없는 많은 시도들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오래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아무거나 해본다.
혹은 해볼까 하다가 여건이 안 맞으면 안 해도 그만이다. 무슨 의미가 있을 거라는 기대는 별로 하지 않는다.
3.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란 없다.
나의 계산으로는 불가능하고, 심지어 나의 취향에도 맞지 않고, 앞으로 나에게 쓸모 있을 것 같지 않은 그런 일이나 주제들에 참을 수 없는 끌림을 느낄 때, 나는 항복한다.
일단 행동으로 옮긴다.
.... 당시로서는 확실히 게으름으로만 보이는 짓을 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두 가지다.
이런 항복의 습관을 들이면, 나 자신의 깊은 욕구에 충실하게 반응하는 습관이 든다.
이렇게 살다 보면 삶이 어떻게 풀리든 간에 남이나 사회를 탓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인생의 매 순간이 풍요롭게 즐겁다.
4. 모든 건 이루어진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남을 이기는 것이 아니다.
남 보기에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거나 화복하고 모범적인 가족을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냥 아이를 키우고 싶었고, 그냥 가족이면 됐다. 목표가 없는 것과도 연결이 된다.
그냥 달리고 싶었던 거라면, 운동화를 신고 내딛는 순간 소원이 이루어진다.
5. 나를 묶어두지 않는다.
회사에 다닐 때도, 박사 공부를 할 때도, 갑지만 그만두어도 억울하지 않을 정도로 대충 한다.
다름에 할 일, 내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에너지나 돈이 항상 남이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내 인생관이다.
나는 나 자신의 삶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회선을 다한 끝에 지쳐버려서 다른 일은 하고 싶지 않게 되는 것도 싫고 좋아하는 사람과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는 즐거움을 놓치기도 싫다. 그리고 어떤 일이고 지겨워지거나 멈추고 싶을 때 언제라도 그럴 수 있는 자유도 내게는 중요하다.
6. 이미 실행한 사람들의 경험을 산다.
내가 파스타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그저 파스타를 만들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탈리아의 땅과 기온에서 나는 밀을 거둬 파스타를 반죽하고 빚었던 역사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만들 일은 없겠지만, 자연과 사회와 사람이 역동적으로 만들어 낸 파스타의 문화가 궁금했고, 그에 따른 맛과 욕망과 방법과 기구 그리고 그 조화도 알고 싶었다.
이렇게 배울 때 이미 경험한 사람들의 지식과 문화를 빠르게 압축적으로 익힐 수 있으며, 무엇보다 나라는 사람의 독특함과 인간의 보편성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그것이 배움의 즐거움이다. 이런 종류의 쾌락은 먹고 자는 즐거움만큼이나 인간에게 근본적이고 본능적이다.
7. 아무렇게나 한다. 그렇지만 한다.
나는 무얼 해도 아무렇게나 한다. 실용적인 목적이 없어도 되고 남들을 이길 필요도 없다. 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실패하거나 못 하는 건 없다. 하다가 말아도 괜찮다. 그래서 별로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일단 하고 본다.
걱정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긴다. 그렇게 사는 게 나의 삶이라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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