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샬롯의 거미줄이 초등학생 입문 고전으로
추천을 많이 하길래,
무슨 내용이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는지 궁금했다.
아이들의 교육서를 읽지 않았다면 절대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에게 나중에 읽어주려면 엄마가 먼저 읽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마음잡고 읽었다.
대강의 줄거리도 전혀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글의 처음 부분은 어떻게 시작할지 내심 걱정되었다.
그런데 첫페이지를 읽자마자
<샬롯의 거미줄>의 매력이 뭔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쉴 틈 없이 100페이지를 읽어 내려가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결국, 단숨에 책을 완독하고 나서야 책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샬롯의 거미줄
형제들 중에서 가장 작다는 이유만으로 태어나자마자
죽을 뻔한 돼지 월버는 펀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남는다.
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먹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 버가 외로운 것은 진정한 친구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윌버에게 찾아온 거미 샬롯은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말 한마디를 건넨다.
"내가 네 친구가 되어 줄게."
월버는 새 친구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크리스마스에 자기가 햄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엄청난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불안해하는 윌버에게 살 수 있도록 지켜 주겠다고 약속하는 샬롯.
그리고 샬롯은 기발한 방법으로 월버를 살릴 방법을 생각해낸다.
"난 돼지한테는 관심 없어. 나한테 돼지는 아무것도 아닌 것만도 못해."
월버가 되물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만도 못하다는 게 무슨 말이야? 아무것도 아닌 것만도 못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건 정말로 아무것도 없다는 거야. 그건 가장 밑바닥을 말하는 거지.
한계선의 끝이라고. 어떻게 무언가가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못할 수가 있지?
만일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못한 무언가가 있다면, 그럼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야.
그건 무언가 있다는 거야. 아주 조금일지리도 말이야.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잖아."
이 내용을 읽으면서 뜨끔했다.
나는 과거에 다른 사람들을 깔보고 비웃는 사람이었다.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쓸모없는 인간은 하찮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얼마나 교만한지 깨닫게 되었다.
이 세상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의미가 있는 사람들은 너무도 많다.
그런 사람들을 결코 비난할 수 없다는 것을 몇 년 전에 깨달았다.
나는 그것을 평가할 아무런 가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말이다.
월버의 말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월버가 '대단한 돼지' 였을 때에 구경을 왔던 사람들이 이제는 월버가 '근사한 돼지'를 가졌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주커만 씨가 러비를 불렀다.
"러비! 앞으론 젖소한테서 나온 두엄을 돼지우리로 던지지 말게!
내가 기르고 있는 건 근사한 돼지야. 저 돼지 잠자리에 날마다 깨끗하고 잘 마른 짚을 깔았으면 좋겠네. 알겠나?"

월버의 돼지우리에 거미줄로 쓰인 글씨를 보고 사람들은 놀랐다.
그저 곧 소시지가 될 운명에 처한 돼지에게 특별한 이름이 쓰여 있었을 뿐인데 그 돼지는 그 말처럼 대단하고 근사한 돼지처럼 보였다.
어떤 존재에게 특정한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대단한, 능력있는, 수준 높은, 겸손한, 지적인, 세련된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준다면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곧 그런 사람인 것 처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에게 얼마나 멋진 긍정의 언어를 사용했는가?
얼마나 특별한 의미를 주려고 노력했던가?
돌이켜보니 한번도 없었다.
나는 내 자신에게 특별한 수식어를 준 적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비난하고 남들과 비교하는 일에만 몰두했다.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늘 그런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내가 얼마나 자기 생각에 빠져서 주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비난하고만 있었는지 알게 되자 부끄러웠다.
나뿐만 아니라 나의 자녀와 가족,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언어를 바꿔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월버는 이제 농장에서 관심의 초점이었다.
좋은 음식을 먹고 규칙적인 생활을 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월버는 누구라도 자랑할 만한 돼지였다.
어느 날은 백명도 넘는 사람들이 찾아와 월버의 마당에 서서 윌버를 칭찬했다.
샬롯이 '눈부신'이라는 단어를 써 놓았고, 윌버가 황금빛 햇살을 받으며 서 있어서 정말로 눈부시게 보였다.
샬롯과 친구가 된 이후로 윌버는 자신의 평판에 걸맞게 살려고 최선을 다해왔다.
샬롯의 거미줄에 '대단한 돼지'라고 씌었을 때는 대단한 돼지처럼 보이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샬롯의 거미줄에 '근사해'라고 씌었을 때는 근사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이제 그 거미줄에 '눈부신' 이라고 씌어 있으므로 윌버는 눈부시게 보이려고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
눈부시게 보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윌버는 의지를 가지고 거기에 몰두했다.
윌버를 고개를 약간 돌리고 길다란 속눈썹을 깜박였다.
그런 다음 깊게 숨을 쉬곤 했다.
그리고 구경꾼들이 지루해하면 공중으로 껑충 뛰어올라 몸통을 반쯤 비틀면서 뒤로 공중제비를 넘었다.
헛간에 사는 윌버의 친구 몇몇은 이러한 관심이 윌버를 자만에 빠지게 해서 도도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염려했다.
하지만 결코 그런일은 없었다. 윌버는 겸손했다. 유명해졌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았다.
윌버는 거미 한마리가 어떻게 자신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지 믿을 수 없어서 아직도 앞날을 걱정하고 있었다.
밤이면 가끔 악몽에 시달렸다.
사람들이 칼과 총을 들고 자기를 잡으로 오는 꿈을 꾸곤 했다.
그러나 그것은 꿈일 뿐이었다.
낮에는 대체로 행복했고 자신감을 느꼈다.
윌버만큼 진실한 친구들을 가진 돼지는 없었다.
윌버는 우정이 세상에서 가장 가슴 뿌듯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샬롯의 진심어린 우정 덕분에 윌버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돼지가 되었다.
한 사람이면 된다.
한 사람만이라도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고 진실한 마음을 전해준다면 그걸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윌버가 느낀 감정을 나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나 역시 그런 우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내가 나의 자녀에게 부모로써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친구에게 그런 진실한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용기를 얻었다.
나를 사랑할 용기,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나의 진실된 마음을 전할 용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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